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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봄, 노오란 봄.

  • 정낙민
  • 등록일 : 2020.04.01
  • 조회수 : 143

당분간은 좀 긴장해야겠어. 이렇게 힘들어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는 데.......

집을 나서는 남편의 목소리는 신음하는 것처럼 힘이 빠져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쳐져 있지 말고, 어떻게든 버티어봐야지. 다녀오리다.

마음을 다잡느라 하는 말과는 달리 늘어진 어깨를 보니 마음이 아릿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 들어서면 바깥일은 풀어놓은 법이 없고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들다는 말을 할 때면 정말 힘든 것이다. 물론 나도 굳이 남편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듣게 되니 걱정부터 앞섰다.

남편은 후배들과 팀을 이루어 영상제작 일을 하고 있다. 원래 봄을 시작으로 각 지역의 축제나 행사의 홍보영상을 만드느라 늘 바빴다. 그런데 올 해는 느닷없는 코로나19로 축제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꼼짝없이. 그저 이 위기를 잘 버티어내기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맥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 같은데 그 또한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럴 때 내가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나도 그동안 해오던 아르바이트 자리도 당분간 쉬기로 했으니.......

답답함이 목까지 차오르는 날들을 보내면서 그나마 건강하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는다. 그리고 이렇게 힘듦도 반드시 끝나리라는 희망도 품어본다.

지리한 겨울 끝에 찾아온 봄. 길을 걷다가 보도블럭 사이로 피어난 민들레 꽃을 보고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노란 봄을 품고 있는 앙증맞은 민들레가 기특하고 대견해서.......

코로나 19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코로나19가 주는 불안함으로 자신을 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안위보다는 다른 이들의 건강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마주하고서는 사랑의 의미를 새삼 깨달았다. 지금도 마주한다. 한 번 입으면 벗을 때까지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보호복을 입은 채 의자에 늘어져 있던 의료진의 모습을, 의료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느라 코 부분에 일회용 밴드를 붙이고 환하게 웃던 웃음을. 부족한 병상과 의료진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자원봉사로 나선 분의 강건함도.......

이렇게 우리 주변에 자신보다는 다른 이들을 위해 선뜻 나서는 분들의 덕분으로 지금 우리가 코로나19와 맞서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의료진들에게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사실에 마음이 안타까워진다. 마음으로부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봄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19를 이겨내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많은 분들이 전해주는 노오란 봄을.......

오늘 저녁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닭볶음탕을 준비해야겠다. 몸은 물론 마음까지 든든해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