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부터 눈이 펑펑 내린다. 최강 한파가 밀려와 공주시가 온통 하얀 도화지에 그려진 겨울왕국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인 공산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주 산책하면서 힐링을 누렸던 곳이기에 신축년의 행운도 이곳에서 얻고 싶어 찾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제설작업을 할 수가 없는 이유로 위험하여 둘레길은 포기하고 비석거리만 잠시 서성였다.
종종걸음으로 금서루 앞까지 다가가 찬바람에 나부끼는 서쪽을 상징하는 백호가 그려진 깃발을 바라보았다. 늘 보아왔던 깃발이었는데 새해에는 왠지 모르게 더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몸도 마음도 가라앉은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쌍수정 언저리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빨리 눈이 녹았으면 좋겠다. 쌍수정과 광복루로 이어진 길목도 다시 걷고 싶고, 백제 토성이 남아있는 둘레길도 하루빨리 친구와 돌아보고 싶다. 깃발에 숨어있는 동서남북과 사신도를 마주하며 공산성을 한바퀴 돌다보면 어느새 나의 가슴은 뿌듯함에 젖어있다. 그래서 난 공산성을 좋아한다. 기쁠 때도 이곳을 찾고, 괴로울 때도 이곳을 찾아 위안을 받고 또한 용기도 얻어가곤 했다.
눈이 녹아서 더이상 위험성이 사라지면 친구와 둘이서 도란도란 해묵은이야기도 나누고 지난날의 공산성에 대한 발자취도 들으면서 소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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